잡담2010. 3. 19. 13:58


 어렸을 때의 로망이 다 커서 폭발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작은 계기로 갑자기 인형에 꽂혔었다.  "인형 따위" 에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의 돈을 퍼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고 했던가.
막상 내가 빠지게 되니까 바닥을 칠 때까지 수습이 되지 않았다. 이건 누가 옆에서 말린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스스로 깨닫던지 아니면 더 신경써야할 중요한 일이 생겨서 이쪽에 관심이 줄어들던지 둘 중 하나이다.



구체관절인형은 부피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유리눈알이 무서워서 고무헤드를 가진 1/6 사이즈 인형을 둘러보던 중 모모꼬 라는 인형 시리즈에 눈에 띄었다. 얌전한 생김새와 세련된 의상이 보기에 좋았고 몇 날 며칠을 인터넷을 붙들고 검색하여 드디어 나름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첫 모모꼬를 들였다. "피서지에서 미뉴엣"의 포장을 처음 풀었을 때의 설레임은 아직도 기억난다. 


 하지만, 모모꼬 관련 클럽의 여러 사진들을 보면서 나의 눈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좀 더 귀한 것을 갖고 싶다는 못된 심보가 내안에서 
자라나기 시작했으니...이미 품절된 인형들은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인데, 인기있는 모델의 경우 인형 가격의 몇 배가 더 붙어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는 프리미엄 때문에 대체품인 다른 모모꼬들을 공략해 보았으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모모꼬들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좁은 인맥 안에서 끊임없이 인형을 팔고 사고를 반복하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04anlw 일명 하라주쿠가 나타났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다들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숨죽이며 지켜보던 중에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는 알 수 없는 조바심이 불현듯 치밀어 올라서 덥썩 내가 물어버렸다.
뭔가 허탈하고 득도한(?) 기분이 들기도 하면서... 정말 탐내던 것을 손에 넣게 되자, 그동안 제대로 갖고 놀지도 못하고 쟁여놓기만 했던 모모꼬들을 대거 정리할 수 있었다. 아예 처음부터 제일 갖고 싶은 궁극의 위시를 목표로 해서 꾹 참았다가 한 번에 갔었으면 훨씬 비용이 적게 들었을 텐데. 아아... 

(DSLR 쪽을 잘은 모르지만 그 쪽도 카메라 렌즈를 구입함에 있어서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처음엔 비슷한 성능의 저가형 렌즈로 시작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욕심이 나서 -물론 성능차이가 분명 있기는 할 것이다. 비싼 인형이 좀 더 예쁘고 의상이 섬세하듯이- 고급렌즈로 가게 되므로 아예 한 방에 처음부터 고급렌즈로 가는게 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인형이든 렌즈든 간에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했던지 간에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



그나마 내가 구체관절인형 쪽으로 빠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랬으면 아마 내가 퍼부은 돈의 2~3배는 더 많이 내 손에서 빠져나갔을 테니까. 사실, 솔직히 말하면 기회가 되면 구관인형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싶긴 하지만 없으면 몸부림치며 잠 못 이룰 만큼 갖고 싶은 것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훨씬 많은 블라이스 종류도 처음에는 머리색깔이나 스타일 별로, 눈색깔 별로 갖고 싶었지만 하나 있는 블라이스를 개조하느라 대머리로 만들고 난 뒤로는 자제가 된다. (대머리 블라이스는 가발이나 하나 사서 붙여주던가 해야겠다.)

모모꼬에 한참 미쳐서 허공에 돈 뿌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달려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페이팔로 외국쇼핑몰에서 결제하는 법도 알게 되고, 대행사이트를 통해 일본옥션이나 이베이를 사용하는 법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외국쇼핑몰 사이트를 뒤져서 해외배송이 되는 곳을 찾는 일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르는 지름신의 지혜들.


어느 분야이든 "수집"을 함에 있어서 늘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가치없는 일에 재산과 정신을 탕진하기 쉬운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서 늘 함께 있고 싶어서 수집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우와 대단하군요!" 라면서 찬사를 보내는 것이 좋아서 수집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나의 욕망의 상징 중 하나인 04ANlw.
 
모모꼬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참고사이트
Petworks momoko (2001~2004) http://www.petworks.co.jp/doll/mmk/
CCS momoko (2005~ 현재 발매중) http://www.petworks.co.jp/doll/ccs/
Sekiguchi momoko (2005~현재 발매중) http://www.momokodoll.com/index.php
싸이월드 모모꼬클럽 (싸이월드에 로그인해서 클럽검색으로 들어가셔야합니다.)
http://flickr.com 에서 momoko doll 로 검색하면 많은 사진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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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오대오